일본, 유럽, 두바이 등 좋은 조건으로 시장선점
“복지부가 비자 확대에 미온적인 게 더 문제”

필리핀 간호사들을 한국의 간병인으로 채용하는 사업을 타진해 온 A씨는 최근 기자에게 필리핀 간호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A씨는 얼마 전 필리핀 세부를 방문해 모 간호대 학장, 국제교류협력센터 고위 관계자를 만나 현지 간호사들을 한국의 간병인으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올해 초 노인간병 전문 외국인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필리핀에서 사업을 한 경험을 살려 현지 간호대 학생들을 한국의 간병인력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A씨는 필리핀 간호대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현지 간호사들을 간병인력으로 유치하기가 예상과 달리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A씨는 “필리핀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면 3~4배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취업비자가 허용되면 이들을 유치하는 게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간호대 국제교류협력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두바이 등에서 엄청나게 많은 채용 문의가 들어오는데 급여, 근무 조건, 복지 혜택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좋다”면서 “한국에서 비자를 열어준다고 해도 신청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게 간호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만약 필리핀 간호사들이 한국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면 2교대와 현지보다 3~4배 많은 월급을 보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런 정도하면 유럽이나 일본, 두바이와 비교해 절대 유리한 조건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A씨는 “우리나라가 동남아 간호사를 간병인력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일본이나 유럽, 미국보다 한발 늦게 추진한 것도 문제지만 보건복지부의 비자 확대 의지가 없는 게 더 심각한 장애물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무부는 노인간병 전문 외국인력을 도입하기 위해 비자를 확대하고 싶어 하는데 복지부는 동남아 간호사들을 대거 수입하면 향후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워 비자 확대를 바라지 않는 눈치”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요양병원들이 간병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조선족 간병인들의 갑질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동남아 인력 수입이 시급하다”면서 “정부, 병원계가 이런 현실을 직시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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